르네상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인간의 운명과 세상사란 신에 의해 정해진 숙명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15세기에 이런 전통적인 세계관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학자와 예술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막연하나마 더 나은 시대에 대한 예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를 전망하기보다는 일단 과거, 즉 현재의 세계보다 더 밝아 보이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돌아보며 이를 모범으로 삼았다. 새로운 시대가 르네상스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였다. 인간의 삶이란 내세를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중세의 크리스도교적 인간관은 이제 그 효력을 상실했다. 현세가 중시되고 인간 자체가 학문과 예술의 중심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고대 사상의 바탕 위에서 인간이란 단순히 전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하나의 목적인 존재라는 관점에 도달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지니며,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계발하고 발전시킬수 있어야했다. 이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요구된 것은 고대의 모범으로 한 포괄적인 교양 교육이었다. 이 새로운 사상은 당시 유럽 문화가 가장 융성했던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태동했으며, 그 중심에 놓인 것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인문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인문주의자들이 획득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성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연구에서 나왔다. 그러한 탐구정신은 새로운 르네상스적 인간상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과 같은 유명한 그림을 그린 화가였을 뿐 아니라 조각가, 과학자, 건축가, 기술자, 발명가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가 그린 비행기 설계도도 있다. 또 그는 인간의 신체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시체를 직접 해부했고 이때 관찰한 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만능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가졌던 과학자와 발명가로서의 책임감은 다른 모든 과학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큼 투철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사람이 물속에 머무르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래 견딜수 있는 방법을 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공개하지도 , 그 누구에게 설명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악해서, 바다 밑에서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배의 바닥에 구멍을 내어 배와 그 안에 탄 모든 사람들을 침몰시킬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가 낳은 위대한 인물들의 명단을 시대별로 정리하여 수적으로 비교한다면 아마도 르네상스 시대가 단연 1위를 차지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이탈리아인이며 화가이자 조각인 미켈란젤로, 위대한 인문주의자이자 철학자인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지구가 하나의 행성이며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것을 발견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등등 이들 모두가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새로운 사상과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히 확산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인 인쇄술 덕분이었다. 독일 마인츠 사람인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는 1450년에 금속활자를 이용해 책을 인쇄하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이 기술을 통해 필사나 목판 인쇄를 할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저렴하게 책을 제작할수 있게 되었다. 또 인쇄 부수를 아무리 늘리더라도 인쇄의 질에 변함이 없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과학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생각하면, 훗날 프랑스의 시인 빅토르 위고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가리켜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한 것도 지나친 말은 아니었다.